지난해 우리나라는 1.4%라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업률 역시 2.7%로 손에 꼽을 만큼 낮은 수준을 유지했죠. 이미 아시겠지만, 성장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낮아지는 건 오쿤의 법칙에 따르면 비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오쿤의 법칙을 보면, 성장률이 하락할 때 실업률이 상승하고, 반대로 성장률이 상승할 때 실업률은 떨어지는 게 정상적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경제 성장률과 실업률은 반대로 가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성장률과 실업률 사이에 괴리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성장률과 실업률이 왜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몇 가지 원인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실업률과 성장률이 같은 흐름을 보이는 원인 분석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은 인력난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일 겁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력이 계속 감소하는 문제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여러 기업은 인력 수급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죠. 그래서 많은 기업이 기존 근로자 해고를 줄였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노동력을 비축하는 거죠. 그리고 기업에서 해고하는 비중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실업률이 낮아지게 됐습니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원인은 근로시간 조정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업이 영업 활동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고자 선택한 방향은 고용조정이 아니라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상용근로자는 2018년부터 시행된 52시간 근무제도와 함께 초과근로시간이 확 줄었다는 걸 통계청 자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상용근로자 초과근로시간은 2018년 평균 9.5시간에서 2023년 상반기 평균 7.9시간으로 감소했습니다.
한 가지 원인을 더 생각해 볼까요? 바로 정부에서 펼치고 있는 고용 정책입니다. 세계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에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려고 다양한 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재정 지출을 펼쳤기 때문일까요? 일부 업종은 실제로 고용 감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동시에 소득감소를 완화했죠.
정리한 세 가지 이유로 지금 우리나라는 성장률과 실업률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서두에서 언급한 오쿤의 법칙에 따르면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며, 영구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행도 2024년에는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지면서 성장률과 실업률 사이 괴리율이 줄어들 거로 보고 있습니다.
나라별 평균 근로시간 비교 및 분석
성장률과 실업률이 왜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지 원인을 알아봤습니다. 한 가지 이유가 바로 근로시간 단축이었죠.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세계적으로 근로시간이 길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럼 근로시간이 줄어든 지금은 어떨까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많이 일하는 나라일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당연히 다른 나라와 간극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연간 근로시간이 아무리 국가 간 경제 발전 수준과 노동시장 상황을 살펴보는 중요한 지표라 해도 단순하게 비교하는 건 함정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가 간에는 취업 형태와 구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취업 구성이라는 건 자영업자, 정규직,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자와 같은 다양한 업/직종 비율을 의미합니다.
취업 형태 구성은 연간 근로시간에 당연히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서 자영업자 비중이 크거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작은 국가일수록 연간 근로시간이 길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보통 장시간 근무하고, 시간제 근로자는 보통 단시간 근무하니, 취업 형태 구성만으로 지표에 영향을 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취업 형태 구성 고려하지 않고 연간 근로시간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우리나라처럼 근로시간이 과대평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어떤 국가는 연간 근로시간이 과소평가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죠.
단순하게 숫자만 비교하면, 연간 근로시간이라는 지표가 담고 있는 실질적인 의미를 왜곡하기 쉽고, 정책 판단 역시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취업 형태 구성 효과를 추정하고, 지푯값을 조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 취업 형태 구성 효과란 각 취업 형태별 평균 연간 근로시간과 취업 형태별 인구 비율을 곱하여 합산한 값으로, 취업 형태 구성이 동일한 가상의 상황에서 연간 근로시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 OECD에서 발표한 2021년도 연간 근로시간 자료를 바탕으로
이제 계산할 순서겠죠? 최근 OECD에서 발표한 연근 근로시간 자료를 바탕으로 취업 형태 구성 효과를 추정하면, 한국은 실제 연간 근로시간이 1,778시간으로 나옵니다. OECD 평균인 1,562시간보다 216시간 정도 더 길게 일하는 거죠.
우리는 연간 근로시간을 비교할 때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 복잡한 지표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길다고 할만한 우리나라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유연한 근무제와 시간 선택제 활성화 등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해야 할 듯합니다.
인력난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입니다. 다양한 계층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순간입니다. 동시에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를 초래하는 제도적 요인이 잔존한다면, 면밀하게 검토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겠죠.